부르고뉴 남부의 작은 마을 클뤼니(Cluny)에 자리한 클뤼니 수도원(Abbey of Cluny)은 수세기 동안 중세 서방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도원이었습니다. 910년 아키텐 공작 기욤 1세(William I, Duke of Aquitaine)가 창건하고 오직 교황의 보호 아래 두었던 이곳은 클뤼니 수도회(Cluniac order)의 본거지가 되었습니다. 12세기까지 유럽 전역에 수백 개의 예속 수도원을 거느린 거대한 연합체였죠. 초대 수도원장들은 모두 훗날 성인으로 시성되었으며, 당대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혔습니다. 클뤼니는 200년 가까이 그리스도교 세계의 정신적, 예술적 중심지로 군림했습니다.
그 야망은 1088년 위그(Hugh) 수도원장 아래 착공된 세 번째 수도원 교회, 클뤼니 3세(Cluny III) — 마이오르 에클레시아(Maior Ecclesia) — 에서 절정에 달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큰 교회 건물이었으며, 16세기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전(St Peter's Basilica)이 재건되기 전까지 모든 그리스도교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것이 사라졌습니다. 프랑스 혁명 이후 수도원 건물과 교회 대부분이 철거되었고, 1793년에는 방대한 도서관과 기록 보관소가 불탔습니다. 거대한 교회 중 약 10분의 1만이 남아 있습니다. 온전한 대성당이 아니라 파편만이 남아 있지만, 그렇기에 더욱 감동을 자아냅니다.
오늘날 단일 입장권으로 팔각형의 클로셰 드 로 벤니트(Clocher de l'Eau Bénite)가 우뚝 솟은 남쪽 트랜셉트, 사라진 성가대석의 조각된 주두 — 로마네스크 조각의 걸작 — 를 보관하는 13세기 기념비적 창고인 파르니에(Farinier), 후대 회랑과 문이 있는 수도원 구역의 잔재, 그리고 팔레 장 드 부르봉(Palais Jean de Bourbon)의 미술고고학 박물관을 둘러보실 수 있습니다. 전시와 3D 재현을 통해 한때 이곳에 서 있던 장대한 본당을 상상할 수 있어, 단순히 남아 있는 유물을 보는 박물관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세계 최대 교회의 영혼을 거니는 듯한 경험을 선사합니다.